728x90
간이역에서 노현숙
푸른빛 기차가 돌아보지 않고
스쳐 지나간 후
낡은 기차가 잠시 멈춘다
고개숙인 코스모스도 설핏 흘들린다
손마다 짐을 들고
간이역 출구로
들어서는 사람들
굽은 어께에 저문 햇살이 스며든다
세월의 무게에 날개가 젖어
화려한 세간 뒤에 숨어서
피고 지는 곰팡이꽃 같이
오랫동안 나누어 갖던
계절이 황토 빛 벤치에 앉아았다
흔들거리며 뒤척이던
은빛 추억의 닻을
넌즈시 내려 놓은 채
이제는
텅빈자리 너무 커
솟구치는 배반의 핏빛으로
목을 내민 대목까지
깊게 젖어든다.
728x90